2025. 4. 24. 11:35ㆍ대한검정회한자익히기
고문진보의 내용은 51~60번에 나오는데 정말 방대하다ㅠㅠ
"굴원의 고뇌와 어부의 웃음 ― 『고문진보』 속 <어부사>가 전하는 시대와 인간의 길"

1. 『고문진보』 소개
『古文眞寶』(고문진보)는 중국 고대의 뛰어난 산문을 수록한 문선집으로, 명나라 때 장휘(張燬)와 유정(劉瑱)이 편찬하였습니다. 두권으로 나뉘며, 고문(古文)의 정수를 후대에 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편찬되었습니다. 특히 사대부 지식층의 교양서로 널리 읽혔으며, 논리적이고 문학적인 글쓰기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어부사(漁父辭)』는 초등(初集)에 실려 있으며, 굴원과 어부의 대화를 통해 현실과 이상, 세속과 고결함의 대립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
2. 굴원의 생애
**굴원(屈原, 기원전 340?~278?)**은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입니다. 성은 굴(屈), 이름은 평(平), 자는 원(原)입니다. 그는 왕에게 충언하다가 모함을 받아 실각하였고, 끝내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의 대표작 『이소(離騷)』, 『천문(天問)』은 초사(楚辭)의 정수로 꼽히며, 그 문학성과 정치적 의지를 모두 갖춘 걸작으로 오늘날까지 회자됩니다.
굴원의 죽음을 기리는 풍습에서 단오절(端午節)의 유래가 생겨났다는 전승도 있습니다. 그는 중국 최초의 애국 시인으로, 충절과 이상을 지킨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
3. 원문
漁父曰:聖人不凝滯於物,而能與世推移。世人皆濁,何不淈其泥而揚其波?衆人皆醉,何不餔其糟而歠其醨?何故深思高舉,自令放為?
屈原曰:吾聞之,新沐者必彈冠,新浴者必振衣。安能以身之察察,受物之汶汶者乎?寧赴湘流,葬於江魚之腹中,安能以皓皓之白,而蒙世俗之塵埃乎?
漁父莞爾而笑,鼓枻而去,乃歌曰:滄浪之水清兮,可以濯吾纓;滄浪之水濁兮,可以濯吾足。遂去,不復與言。
---
4. 독음
어부왈:성인 불응체어물, 이능여세추이. 세인개탁, 하불흘기니이양기파? 중인개취, 하불포기조이좌기리? 하고심사고거, 자령방위?
굴원왈:오문지, 신목자필탄관, 신욕자필진의. 안능이신지찰찰, 수물지문문자호? 영부상류, 장어강어지복중, 안능이호호지백, 이몽세속지진애호?
어부완이이소, 고예이거, 내가왈: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수거, 불복여언.
---
5. 현대어 해석
어부가 말하였다.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에 따라 유연히 변화하지. 세상이 모두 흐리다면, 어찌 그 진흙을 휘저어 물결을 일으키지 않으며,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다면, 어찌 술지게미를 먹고 묽은 술을 마시지 않는가? 어째서 깊이 생각하고 높이 자처하여 스스로를 세상에서 내쫓는가?”
굴원이 대답하였다. “나는 들었다. 머리를 감은 이는 반드시 갓을 털고, 목욕한 이는 반드시 옷을 턴다고. 어찌 내 몸을 깨끗이 하였는데 세상의 더러움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상강(湘江)의 흐름에 몸을 맡겨 강물 속 물고기의 뱃속에 묻히는 한이 있더라도, 어찌 내 희고 맑은 순결함을 세속의 먼지로 더럽힐 수 있겠는가?”
어부는 빙긋 웃으며 노를 저어 떠나갔다. 그리고 노래하였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그리고는 가버려 다시는 말을 나누지 않았다.
---
6. 주요 성어 및 어휘 풀이
◎與世推移(여세추이): 세상에 따라 변화하며 살아감
◎餔其糟而歠其醨(포기조이좌기리): 남들이 먹는 낮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감
◎深思高舉(심사고거): 깊이 생각하고 현실에서 고결한 자세를 지킴
◎塵埃(진애): 먼지, 더러움, 세속적 오염
◎莞爾而笑(관이이소): 빙그레 웃음
◎凝滯(응체): 일이 진척되지 않음. 일이 막힘.
◎推移(추이): 일이나 형편이 일정한 방향 변하여 나아감.
◎淈(굴): 흐리다. 휘졌다. 어지럽게 하다. ◎泥(니): 진창. 진흙. 흐리다.
◎餔(포): 먹다.
◎糟(조): 지게미.
◎歠(철): 마시다.
◎醨(리): 삼삼한 술. 묽은 술.
◎為(위): 어조사로 '~ 입니까?', · ~ 인가?'라고 번역한다.
◎彈冠(탄관): 갓의 먼지를 털어 버린다는 뜻으 로, '세진(世塵)을 털어 버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
◎振衣(진의): 옷을 턺. 세속을 벗어나 뜻을 고상하게 함.
◎察察(찰찰): 결백한 모양.
◎汶汶(문문): 불명예. 치욕. 흐릿하고 혼탁한 세속
◎寧(영): 차라리.
◎皓皓(호호): 깨끗한 모양.
◎皓皓之白(호호지백): 깨끗하고 깨끗한 결백. 옥같이 맑고 깨끗 한 몸.
◎蒙(몽): 입다. 무릅쓰다. 뒤집어쓰다.
◎莞爾(완이): 빙그레 웃는 모양.
◎鼓枻(고예): 노를 저음. 노로 뱃전을 치며 노래의 박자를 맞춤.
◎枻(예): 도지개 설, 노 예 .
◎滄浪之水 (창랑지수): 한수(漢水)의 하류,
◎濯(탁): 씻다.
◎纓(영): 갓끈.
◎濁(탁): 흐리다.
---
7. 문법
必彈冠, 必振衣: ‘반드시’라는 강조 표현으로 새로운 상태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함.
寧乎: 고문에서 종종 사용되는 반어적 표현으로, 차라리 ~할지언정 ~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나타냄.
이 작품은 단순한 담화 형식을 넘어서, 삶의 자세와 윤리를 묻는 철학적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
8. 비평 및 현대적 의미
굴원과 어부의 대화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 순수함과 세속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어부는 유연한 현실순응을 제시하고, 굴원은 고결한 도덕적 선택을 강조합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사회적 타협과 개인의 신념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현대인은 굴원의 고결함에서 진정성의 가치를, 어부의 현실감각에서 지혜로운 처세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선택과 삶의 태도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그럼...나는?

'대한검정회한자익히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검정회 대사범- 『대학』 「格物致知章」 해석과 현대적 의미 (2) | 2025.04.25 |
---|---|
대한검정회 대사범 – 《공사견문록(公私見聞錄)》 속 이상의(李尙毅) 이야기에서 배우는 삶의 태도 (6) | 2025.04.25 |
대한검정회 대사범 ...『중용장구서』에서 배우는 도통의 연속성과 전승의 책임 (1) | 2025.04.24 |
대한검정회 대사범 기출문제...《대학(大學)》 백성을 다스리는 근본은 스스로를 바로잡는 데 있다 (0) | 2025.04.23 |
대한검정회 대사범 기출문제 ...【고전산문 깊이 읽기 – 韓愈 「師說」】 (2) | 2025.04.23 |